-지루하다는 인식에 갇혀 팬들에게 외면받을 때도 있지만 테테전의 속에 들어있는 빌드와 유닛과 게이머들의 두뇌 싸움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3개 동족전 가운데 유일하게 멀티와 테크, 병력의 삼각관계가 잘 살아있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해온 테테전의 트렌드와 테테전의 역사에 획을 그은 거장, 서지훈을 미약하게나마 조명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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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테전에서의 운영이란 수비에 필요한 최소 병력을 제외한 잉여 병력의 운용이 8할을 차지한다.
여기에 테란 게이머의 실력과 스타일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단초가 들어있다. 서지훈 이전의 테테전에서는 잉여 병력이란 주로 전선의 확대로 이어져 서로의 전선이 맞물리는 지점에서의 전투가 자주 벌어졌다. 한번 이득을 본 게이머는 그 이득을 좋은 자리와 더 넓은 지역의 점거로 환산하기 위해 탱크-터렛 라인으로 일정 지역을 수비하고 더 많은 멀티가 가져다준 병력의 우위를 통해 상대를 제압했다.
이런 마인드는 무슨 빌드를 쓰건간에 결국 테테전은 자리 싸움이란 형태로 빚어졌다. 레이스나 드랍쉽처럼 기동성을 바탕으로 한 유닛의 활용 역시 마찬가지여서 레이스로 탱크 걷어내고 조이기, 드랍쉽으로 멀티 선점 등의 형태로 구현되었다.
MSL 패자조 3회전에서 서지훈은 1:2로 이병민에게 무릎을 꿇는다. 경기 내용을 들여다 보면 1경기에서는 이병민의 벌처활용에 서지훈의 실수가 겹치며 패배, 2경기에서는 이병민의 드랍 공격을 눈치챈 기막힌 감각으로 승리, 3경기에서는 타이밍 좋은 전진과 멀티 장악으로 역전을 이루고도 단 한 번의 판단 미스로 공격 병력을 모두 잃으며 패배했다.
이 날의 패배가 결과적으로 서지훈에게 약이 되었음인지 이후 서지훈의 테테전은 무서운 연승 가도 를 달린다. WCG 예선에서는 자신의 숙적 이윤열에게 0:2 패배를 선사하며 더 이상 그의 천적이 아님을 증명해 보였고 투싼 팀리그 결승에서는 임요환을, 당골왕 MSL에서는 변길섭을 연파하는 등 막강한 테테전 기량을 자랑했다. |
그렇게 서지훈은 MSL 승자 8강에서 4회 연속 우승을 노리며 천하 제일인의 길을 걷던 최연성과 만난다.
이전까지 0:3으로 최연성에게 밀리던 서지훈이기에 그의 승리를 점치는 쪽은 드물었으나 여기서 테테전 역사의 큰 족적이 만들어진다. 1경기 아리조나에서 최연성과 마주한 서지훈은 최연성보다 앞마당 멀티를 늦게 가져갔음에도 SCV까지 모두 동원하는 난타전 끝에 승리를 거두었다.
1경기가 가져다준 압박 때문 이었는지 2경기에서 최연성은 치명적인 빌드 오판으로 허무하게 경기를 내준다. 노배럭 더블을 시도한 서지훈의 빌드를 전진 배럭으로 오해하고 본진에 벙커를 짓는 치명적 인 실수를 범한 것이다.
둘 사이의 악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연성을 누르고 4강에 진출한 서지훈은 당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저그 박태민에게 패하고, 박성준을 격파하고 살아남은 최연성과 다시 한번 패자조 에서 마주친다.
그리고 서지훈은 한번 더 최연성을 2:1로 제압해낸다. MSL 3연패 이후 OSL 우승에 빛나던 당대 최강 테란의 무적 행보가 꺾인 것이다.
이후 팀리그와 OSL 8강에서도 서지훈은 3연승을 거두며 완벽하게 최연성을 제압해낸다. 0:3으로 밀리던 상대전적이 7:4로 뒤집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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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성의 테테전의 강력함은 자원 상의 우위를 가져가기 위해 주도권을 잠시 내주며 수비적으로 플레이 하고, 이후 자원의 힘으로 내주었던 센터를 되찾는 것이었다. 상대는 최연성의 뚫릴 듯한 방어진을 두드리자니 수비력에 막히고 그냥 있자니 이후의 강펀치가 무서웠다.
여기서 서지훈은 최연성이 강요한 공격-수비의 이지선다를 역으로 돌려준다. 최연성의 수비 라인에 공격을 가하되 역으로 뚫리지 않을 만큼만 두드리고, 최연성이 수비에 집중하는 사이 자신의 멀티를 안착 시켰다. 앞마당이 늦은 핸디캡은 드랍쉽이라는 테크의 힘으로 흔들면서 한 타이밍을 버티고 최연성이 시도하는 제 2, 제 3의 멀티를 계속해서 소수 병력으로 방해했다. 그리고 자신이 병력의 우위에 섰다는 계산이 서면 지체없이 뚫어버렸다. 앞마당의 SCV를 모두 동원하여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나 최연성의 병력이 빠진 틈을 타 치고 들어가는 탱크의 대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흡사 프로토스전 FD와 같이 가위 바위 보를 엉성하게 내고 상대의 선택에 따라 패를 바꾸어 버리던 최연성의 기만책은 서지훈의 전술적 움직임 앞에 번번히 간파당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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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서지훈은 테테전의 지루한 대치 전선을 걷어내고 병력 활용의 새로운 바이블을 썼다.
서지훈의 테테전에서 가장 특징적이었던 것은 끊임없이 병력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여타 테란들과는 달리 각 전선에는 최소한의 병력만을 남겨두고 잉여 병력은 계속 드랍쉽을 타고 움직이며 상대의 움직임을 따라갔다. 불리한 상황에서는 병력의 분산으로 이익을 보았고 유리할 때에는 병력을 뭉쳐 다니며 상대가 드랍이나 일점 돌파 등의 변수를 두기 위해 움직이면 빠르게 날아가 진화함으로써 승기를 굳혔다. 현재 테테전의 중심인 병력의 분산과 집중이라는 테마가 이렇게 서지훈의 손으로 완성된다.
이것을 가능케 한 근본적인 힘은 서지훈의 전술적인 시야에 있었다. 자리잡은 상대의 탱크를 돌파 하는 데에는 얼마만큼의 병력이 필요한지를 적절하게 계산하는데 있어서 비견할 선수가 없었다. 본진에 드랍이 떨어져 앞마당이 날아가고, 팩토리에 불이 붙어도 화들짝 놀라는 법 없이 오히려 상대의 멀티나 본진을 역으로 노리면서 추가 생산병력으로 어떻게든 수비해내는가 하면 드랍이나 병력 우회로 서지훈의 시선을 돌리려 할 때면 툭툭 시즈모드를 접고 돌진했다.
반드시 드랍쉽을 필요로 하지도 않았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탱크의 움직임 하나로 자리를 잡으며 압박감을 심어주고 공격과 수비를 해내는 미덕을 보여주었고 공격이 아닌 수비를 해야 한다 싶을 때에는 주저없이 엎어지면서 승기를 굳혔다. 반면 서지훈 앞에서 함부로 초반의 이익을 엎어지며 굳히려 하던 테란들은 그 기회비용의 타이밍을 치고 들어오는 공격 앞에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테테전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경기의 하나로 기록될 VS 김윤환.
단 한 번의 팩토리 장악으로 모든 상황을 뒤집어 종료시킨 VS 한동욱.
자리싸움의 최강자 전상욱을 상대로 한 수 위의 거점 장악을 보여준 러시아워 대전.
무엇 하나 고정됨이 없이 그때 그때 최고의 판단을 내려가며 상대를 농락하던 것이 서지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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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렵 이병민 역시 마찬가지로 테테전의 혁신에 눈을 뜬다.
본래 이병민은 이윤열 식의 테크/견제로 점수를 따내고 멀티를 안전하게 만드는 플레이에 바탕을 두고 빠르게 가져간 멀티와 물량을 접목한 수준 높은 테테전을 구사했다. 앞서 이야기한 MSL 패자조 경기에서 서지훈과 만났을 때만 해도 서지훈과 이병민 모두 구식의 테테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그들은 같은 시기에 비슷한 궤적의 성장을 보여주며 끊임없이 서로의 앞길을 방해했다. 이병민 역시 T1식 수비형 테란의 일원이었던 전상욱에게 매우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며 두 번이나 전상욱을 8강에서 좌절시킨 장본인이었다.
서지훈에게 바쳐진 별명이 테테전의 짐승이었다면 이병민은 테테전의 요정이라는 익살스러운 별명으로 불렸다.
이병민은 서지훈과 마찬가지로 테테전에서 뛰어난 전술적인 시야를 바탕으로 병력의 움직임을 통해 상대를 제압해내는 선수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서지훈의 유동적인 움직임 보다는 자리잡기의 강력함에서 오는 수비의 미학을 좀 더 선호했다는 점이다. 서지훈에게 이병민이 상대 전적에서 크게 앞서는 이유도 서지훈이 펼치는 움직임을 읽어내고 맞춤 수비를 할 줄 아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싸이언 MSL에서 벌인 이병민과 서지훈의 알포인트 대전은 그야말로 테테전의 모든 미학을 보여준다. 레이스로 흔드는 서지훈, 벌처와 마인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이병민, 그리고 터렛 밀봉 따위는 생각지 않는 자유로운 병력의 움직임과 치열한 전술 싸움까지. 이 한 판에 담긴 의미는 그만큼 방대하다.
이병민은 여기서 패배했지만 이후 1년여가 지나 다시 서지훈과 마주쳤을 때 4연승을 거두며 복수에 성공하고, 그들의 마지막 대전이 된 곰티비 시즌 2에서는 서지훈이 승리한다. 그리고 이병민의 은퇴로 두 번 다시 둘 사이의 테테전은 볼 수 없는 대진이 되고 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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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훈은 2006년에 들어서며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고 테테전의 최강자라는 닉네임마저 상실한 체 부진에 허덕인다. 이후 부활의 정점이 된 곰티비 시즌 3에서는 전성기 테테전의 클래스를 보여주며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서지훈은 현재 공군에서 제 2의 게이머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이제 테테전에서 자리싸움은 있지만 지루한 전선 대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의 맵을 제외하면 테테전에서의 전선은 항상 유동적이며, 선수들은 조금이라도 전술적인 이득을 보기 위해 눈을 번득이면서 병력 운용의 속도, 판단의 속도를 겨룬다.
느긋이 앉아서 두는 바둑으로서의 테테전은 사라지고 이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병력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위해 미니맵의 광점을 응시해야 하는 속도의 테테전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이렇게 서지훈의 유산은 테테전의 중심 정리로 자리잡았음에도 그 원저자의 이름은 조금씩 잊혀져 갔다. 많은 사람들이 테란의 모든 것은 곧 최연성의 정리라고 믿으며 서지훈의 이름을 지웠다. 오늘날 그의 이름은 저그전 한 방 러시의 대가, 그리고 테테전이 강력했던 선수 정도로 남아있다.
곰티비 시즌 3, 고인규는 16강에서 서지훈에게 역전패를 당한 이후 웃으며 서지훈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그것은 어쩌면 테테전의 새 시대를 열어젖혔던 이 거장의 재래를 축하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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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나이더스 chakis12@네이버.com
세선수의 물고 물림이었지
서지훈>최연성>이윤열>서지훈
대충 이런 천적관계가 유지되었음...ㅋㅋ
서빠로는 참 열불나는 이윤열전 10연패...
그거끊고도 무표정하게 키보드줄을감던 서즐의 표정이 생생하다 ㅋㅋ
뭔가 나이더스씨 성향상 서지훈이후로 진화해버린
한동욱과 변형태의 속도전과 공격으로 대표되는 테란전을 주제로도 한번더 쓸것 같다...ㅎ
그둘이 성적낼때는 정말 테란전 볼만했지...하악하악
근데 또 우스운게 동시대에 고인규 전상욱도 같이 테란전 강자로 군림하면서
수면제 매치들 양산... ㅋㅋㅋ
저기도 참 재미있는 세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