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다는 인식에 갇혀 팬들에게 외면받을 때도 있지만 테테전의 속에 들어있는 빌드와 유닛과 게이머들의 두뇌 싸움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3개 동족전 가운데 유일하게 멀티와 테크, 병력의 삼각관계가 잘 살아있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해온 테테전의 트렌드와 테테전의 역사에 획을 그은 거장, 서지훈을 미약하게나마 조명해보고자 한다.
1편에 이은 뒷 이야기는 2편에서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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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유닛도 천적이 있다."
스타크래프트를 지배하는 주 법칙 중의 하나다. 단, 이 원칙은 종족간의 밸런스를 위해 만들어진것인 만큼 Z vs Z, P vs P에서는 빗나가는데, 뮤탈과 드래군을 제압하는 유닛이 각 종족에 없기 때문에 게임의 양상이 오래전부터 고정되어 왔다. 반면 테란은 조합의 종족, 범용성 유닛의 양이 아닌 특화형 유닛의 조합으로 힘을 발휘하는 종족인 탓에 동족전에서도 유닛간의 먹이사슬이 남을 수 있었다.
탱크-레이스-골리앗의 물고 물리는 천적관계와 속도와 마인으로 변수를 만들어내는 벌처의 의외성이 겹쳐지면서 테테전은 동족전임에도 천변만화의 전략과 조합이 난무하는 종족전이다.
그래서 테테전을 보면 테란 게이머의 스타일이 가장 잘 드러난다. 본디 스타일이란 선택의 여지가 있을 때에만 발현될 수 있는데 테테전은 테란에게 가장 다양한 선택지를 보장해 준다. 빌드의 선택 이외에도 후반 운영에 있어서도 선수의 스타일에 따라 플레이는 갈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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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에서는 테테전도 레이스 싸움 하나로 정리되었지만 브루드워로 넘어오면서 골리앗의 사거리 업의 추가로 레이스-탱크-골리앗의 천적 관계가 시작된다.
브루드워 초기까지 테테전 레이스 싸움은 관성으로 이어져 왔는데 이 무렵 유병준(현 MBC게임 해설)은 메카닉의 달인 김대건을 상대로 빠른 골리앗으로 허를 찌르며 승리를 따내기도 했다. 이후 테테전에서도 골리앗과 탱크의 존재가 수면위로 떠오른다.
초창기 테테전에 많은 공헌을 한 선수는 임요환. 저그전의 드랍쉽이나 바이오닉 컨트롤의 화려함에 가려 오히려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임요환은 테테전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열어젖힌 선구자였으며, 실력 또한 당대 최강에 모자람이 없었다.
테테전에서 벌처의 가능성을 발견하였고 드랍쉽의 무서움은 저그전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동료 테란들에게 가르쳐 주었으며, 탱크/골리앗의 유기적인 운용을 깨우쳤다. 그러는 한편으로 한 타이밍 빠른 소수 레이스 찌르기와 같은 교묘한 수단을 병행하며 무적의 테테전을 자랑했다. 이 모두가 지금까지 남아있는 테테전의 기본기라 불리우는 것들이다.
메카닉의 달인 김대건을 상대로 패배 직전까지 몰렸던 경기를 뒤집은 한 방의 드랍쉽, 탱크인 척 마인 벌처로 베르트랑의 탱크를 전멸시키며 승리를 거둔 경기, 최인규를 완전히 당황시켰던 집요한 개스 테러.
이렇게 레이스 싸움의 시대를 끝내고 유닛간 천적관계를 이용한 두뇌 싸움으로의 이행을 만들어낸 선수가 임요환이다.
전성기 임요환에게 테테전의 맞수는 단 한 명, 그와 마찬가지로 테테전의 오의를 깨우쳤던 라이벌 김정민 뿐이었다. 임요환이 수싸움의 달인이었다면 김정민은 테란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심지 있고 단단한 플레이로 상대를 제압했다. 임요환과 김정민이 맞붙는 경기는 늘 치열함 그 자체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 통산 전적 24전 12승 12패. 황제와 귀족은 그렇게 하나의 전설을 남기고 있다.

임요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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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 임요환의 뒤를 이어 테테전의 또다른 묘를 깨우친 한 천재가 등장했으니 그가 이윤열이다. 임요환의 테테전이 “어떻게 하면 상대를 농락할 수 있는가”로 표현되었다면 이윤열은 묵직한 강펀치로 상대를 찍어 누르기 위해 고심하는 선수였다. 이런 마인드는 비단 테테전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었는데 임요환의 견제가 상대의 걸음을 엉키게 만들어 자신의 우위를 드러내는 것이었다면 이윤열의 견제는 강력한 훅 한 방을 날리기 위한 잽이었다.
이윤열은 테테전의 유닛관계에서 나오는 테크트리의 힘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갔다. 상대의 소수 탱크를 비집고 들어가는 벌처, 탱크를 강요한 이후 레이스로 흔들기, 뼈아픈 지점을 골라 날아가는 4골리앗 드랍. 이 모든 행동 뒤에 늘어나는 멀티와 물량. 이게 이윤열의 테테전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자연히 상대의 체제를 읽는 시야와 템포 빠른 병력 진출이 필수적이었고 이윤열은 여기에 발군의 재능을 보였다.
이윤열의 등장 이후 테테전의 판도가 바뀌는 와중에도 임요환은 여전한 강자로서 이윤열과 팽팽한 구도를 보여주었지만 이윤열은 끝내 임요환을 제압해냈다. 스타우트배 MSL 8강과 프리미어리그 통합 결승전에서 임요환을 상대로 빠른 템포의 경기 운영과 한 수 위의 견제로 이윤열은 마침내 테테전의 정상에 선다.

이윤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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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곧이어 임요환이 그랬듯이 이윤열 또한 후기지수 최연성의 도전을 받는다.
최연성은 이전까지 테테전을 지배해오던 공격으로 이득을 보고 굳히는 플레이 대신 치밀한 사전 포석으로 우위를 점하고 수비를 통해 이를 지켜냈다. 선대 테란들의 수싸움이 상대를 흔드는 전술적 플레이에 집중되어 있었던 데에 반해 최연성의 테테전은 전략의 수준에서 상대를 앞서고, 기만함을 바탕으로 했다. 당골왕 MSL에서 김동진과 벌인 경기에서 최연성은 김동진으로 하여금 일부러 자신의 사소한 지역에 집착하게 만들고, 소수 병력을 슬슬 잃어 주면서 더 많은 병력과 멀티를 확보해 돌을 던지게 만들었다. 흡사 바둑을 두는 듯한 플레이였다.
이윤열이 유독 최연성에게 약했던 이유는 04 에버배 8강 펠렌노르 경기에 잘 나타나 있다. 골리앗 드랍으로 최연성의 SCV를 다수 잡아내며 승기를 잡은 이윤열은 동시에 여러 개를 가져간 멀티를 가져가며 우세를 지키는가 싶었지만 한 박자 빠르게 폭발한 병력으로 일점 돌파를 시도한 최연성에게 역전을 허용하고 만다. 소수 병력의 생사가 게임의 승패로 이어 지지 않았던 것은 곧 최연성 클래식이다.

최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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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이르는 동안 테테전의 양상은 다양한 갈래로 뻗어져 나왔다. 임요환이 자주 보여준 드랍쉽/골리앗류의 원팩 원스타부터 이윤열의 골리앗을 생략한 탱크과 레이스의 콤보, 앞마당 노개스 맵의 범람으로 자주 출현한 벌처싸움과 여기에 집중한 최연성의 7팩 벌처 플레이 까지.
그리고 당시에 재발견된 레이스의 효용으로 인해 흡사 오리지널과 같은 레이스 싸움이 테테전의 대세가 되는 중이었다.
하지만 결국 테테전은 물량 혁명과 맞물리면서 일단 진출해서 자리잡고 터렛을 깔아 전선 뒤쪽의 멀티를 안전히 한 이후에야 싸움에 임하는 양상이 자주 반복되었다. 가열차게 상대의 아픈 곳을 찌르는 대신 서로가 수비에만 집중한 탓에 이 시기의 테테전은 수면제라는 오명과 함께 보고 싶지 않은 종족전으로 악명을 남기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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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훈
그러나 이 무렵 새로이 각성을 시작한 한 명의 거장의 출현과 함께 테테전의 판도는 현재와 같은 역동성의 싸움으로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그가 바로 서지훈이다.
서지훈은 본래 이윤열의 시대에 두각을 나타내며 올림푸스 우승을 차지한 선수다. 일찍이 그의 테테전 기량은 최고 수준으로 인정을 받아왔지만 이윤열의 벽에 가려 한번도 테테전의 최강자로 불리지 못했던 비운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대 이윤열전 10연패의 그림자는 그만큼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서지훈의 테테전 스타일은 빠른 손을 바탕으로 견제와 수비를 동시에 해내며 상대를 차근차근 짓누르는 것이었는데 이윤열에게는 이것이 통하지 않았다. 서지훈의 공격은 아슬아슬하게 막혔고 그 수비는 정확히 약점을 비집고 들어오는 이윤열식 견제에 취약했다. 이윤열 또한 그와 같은 빠른 손놀림을 바탕으로 상대를 농락하는 선수였기에 난전에서도 불리할 것이 없었다.
이윤열의 빠른 타이밍 탱크 집중에 뚫려버리며 패배한 피망배 결승 개마고원. 치열한 레이스와 발키리 싸움 끝에 힘이 다하며 패한 LG 팀리그 패러럴 라인즈. 계속 이윤열의 보폭을 쫓아다닌 끝에 무력하게 패한 프리미어리그 결승전.
이상의 경기들에서 항상 2% 부족함을 내보이며 게임을 내준 것은 서지훈에게 시련을 안겨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일련의 경험과 극복을 위한 노력은 테테전의 각성을 위한 거름이 되었으니 드디어 스프리스 MSL에서 반격의 신호탄이 쏘아진다. 1패가 곧 곧 메이저/마이너 리그 결정전으로 이어지는 벼랑끝 패자조에서 천적 이윤열과 마주친 서지훈은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으로 마침내 이윤열을 떨어뜨리며 살아남는다. 이윤열의 플레이를 미리 읽고 과감한 드랍으로 발목을 흔든 다음 예상 드랍 루트를 모두 대비하는 꼼꼼함과 정확한 타격지점 선정이 가져다 준 선물이었다. 어설픈 공격과 수비의 병행이 아닌 완벽한 공수 교대가 주는 이점을 깨우친 것이다.
그렇게 패자 8강에 진출한 서지훈의 상대는 이병민. 이후 벌어질 테테전의 새 시대를 서지훈과 함께 열어젖혔으며, 그의 가장 격렬한 대적자로 남았던 선수를 만나게 된다.
시민기자 나이더스 chakis12@네이버.com |
나이더스 이사람 정체성 너무 확실한데 ㅋㅋ
나도 이번엔 서지훈 얘기라 그냥 '감사 굽신' 하면서 읽었다 ㅎㅎ